오늘의 건강이 내일의 건강입니다

 

이런 어르신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겨울이면 병원에 입원하고 입원할 때마다 유언하시는 80대 후반의 어르신입니다. 자식들이 서울로 모셔 가려고 해도 선산이 있는 당신이 태어난 곳에서 삶을 마감하겠다고 꿈쩍도 하시지 않습니다. 서울에 오셔도 하루 이틀을 견디지 못하고 내려가십니다. 도시 생활이 익숙하지 않기도 하지만 자식들의 가정에 설 자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의 대부분 어르신은 해방 전에 태어나 전쟁을 겪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라를 일구어오신 분들입니다. 어르신은 내일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고 자식 교육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식들이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형편으로 손을 벌려 왔답니다. 미리 재산을 물려주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후로는 남겨줄 유산도 없어 유언을 더하지 못합니다. 백세시대의 어두운 면입니다.

어르신은 숨이 찹니다. 살아온 인생과 지금의 처지를 생각하면 기가 찹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찹니다. 힘들게 살아오셔서 심장과 폐가 약해진 것입니다. 부인과 단둘이 살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것도 두 분에게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어르신의 이야기는 백세시대 우리의 자화상이 될 수 있습니다.어르신은 노인이 공경을 받던 세상을 살아왔습니다. 자식에 대한 투자가 노후보장이었습니다.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어르신의 세상이 없어졌습니다. 잘못한 것은 없지만 잘못된 세상이 온 것입니다. 잘못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기본 중 으뜸 기본은 돈이 아니고 건강입니다. 건강해야 변한 세상을 견딜 수 있습니다. 어르신처럼 노후를 위해 힘들게 모아둔 재산이 노후를 보장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건강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어르신이 겪었던 세월의 변화보다는 엄청나게 빠른 변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우리는 전쟁도 없고 경제적인 성장과 풍요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우리는 변화의 나쁜 면을 잘 모릅니다. 변화의 밝은 면 뒤에는 어르신과 같은 어두운 면이 같이 존재합니다.

지금은 코비드 19로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미 변하고 있는 세상을 코비드 19가 불을 지른 것이지 주된 원인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코비드 19 세상이 끝나도 코비드 19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변화가 발전이고 좋은 것이지만 변화의 그늘은 대부분 노인에게 옵니다. 무엇보다도 건강해야 노년에 기막힐 일이 적습니다. 노년의 건강은 오늘 건강의 연속입니다. 오늘이 건강해야 내일이 건강하고 내일이 건강해야 내일의 내일들이 건강 합니다.

어르신과 같은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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